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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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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회복지사다 13편 : 북한이탈주민과 사회복지(하나센터에서)

진갱 2022. 2. 13. 21:44

내가 근무해보았던 하나센터
난 하나센터에 약 8개월 간 근무했다. 근무를 하며 이곳이 '사회복지가 절실히 필요한 현장이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비록 현장에서 깊게, 오래 근무해보지는 못했지만, 하나센터에 짧은 시간 근무하며 느낀점이나 개선할 점을 적어볼까 한다.

하나센터에서의 기억은 정말 내가 인생에서 경험한 것 중에서도 많이 독특한 경험이었다. 북한이탈주민은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보기에 약간 이상의 아픔을 가진 분들 같았다. 그러나 인정을 아는 따뜻한 분들로 기억한다. 어떤 분은 하나센터를 크게 거치지 않고 사회를 적응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어떤 분들은 핸드폰 사용, 버스 타는 법, 네비게이션 보는 법 등 하나하나 가르쳐 드려야 하는 분들도 있었다.

장점은?
1. 인간성
하나센터는 뭐랄까? 인간미가 있어 보인다. 요즘 사회복지 현장을 보면, 예전의 인간미는 찾아보기 더 어려워 진 것 같다. 불과 십수년 전 사회복지사들은 '천사'로 불리며, 나눔을 전해왔고, 적을 수 있는 급여를 받으며 사명감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들을 지지해온 것으로 안다.

요즘은 사회복지사들의 고충을 아는지, 대우도 나아지고, 나름 유망직종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높아진 급여나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전문적인 기술은 다소간 많아졌는데, 정작, 인간미는 줄어든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하나센터에 근무하며 느낀 것은, 장점으로 보자면 장점으로 볼 수 있고, 단점으로 보자면 단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인데, 바로 '인간미'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들도 아마 대부분 생존력도 강하고, 인정이 많은 것 같고, 순박한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센터가 다른 복지기관에 비해 사회복지적인 툴은 부족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예전 복지관과 같이 진한 인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2. 통일에 관한 비전을 가진 인재들이 모이는 곳
내가 있는 하나센터에는 통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다소간 있었다. 하나센터를 운영하는 법인들을 봐도,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진 법인이 많으며, 실제 북한이탈주민이 선임사회복지사를 하거나 센터장을 하는 기관도 보았다. 통일을 꿈꾸는 인재들은 종종 한국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에 관심을 가지곤 하는 것 같다. 곧 그들을 케어하는 것이 곧 북한주민을 이해하는 길이고, 곧 어떤식이든 통일이 임했을 때, 그들을 이해하고 어떤면에선 도움을 줄 수 있는 힌트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3. 어디서도 못 보았던 강력한 보안
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근무를 해보았지만, 하나센터 처럼 보안을 철저히 하는 기관은 보지 못했다. 비록 모 하나센터에서 개인정보 관련 사고가 있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다닐 때, '이거 보안이 너무 쎈것 아냐?'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하나센터는 이와 몇 수 더 차원이 다르다고 표현될 만큼 보안에 철저하여, 일하는데 많이 신경이 쓰이는 정도였다. 북한이탈주민의 정보를 다루고,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북한이 하나센터를 해킹하는 경우도 있어, 그런 것 같다.

단점은?
사실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좀 포괄적으로 말하면, 내가 보기에 다른 종류의 기관들에 비해, 사회복지적으로 다소간 뒤쳐져있는 것 같다. 내가 있는 지역아동센터도 사회복지적으로 점차적으로 체계를 잡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보다 약간 더 뒤쳐져 있는 것 같았다. 물론, 하나센터는 전국적으로 연결되어 체계를 갖추고 있고, 같은 매뉴얼을 공유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실무편람이라고 하여,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체화한 매뉴얼도 전국적 하나센터들이 공유하고 있기도 하여 점차적으로 좋은 모습으로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래와 같은 단점이 있는 것 같다.

1.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진정성의 부족
난 하나센터에서 한 여성 북한이탈주민을 사례관리를 하던 중이었다. 남편의 투병생활로 거의 가계가 무너져가는 상황이었다. 온갖 자원을 동원해 그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기관을 운영하는 법인의 높은 사람은 나보고 '실적에 더 신경써라', '기관을 우리 법인에서 이어가기 위해 실적을 올리는데 에너지를 더 써야 한다.' 같은 동료 직원들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런 서비스를 또 제공할 수 있는가?',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지 왜 그 사람에게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이런 반응에 나는 당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는 기관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하나센터의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진정성'에 다소간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추구했던 사회복지 대상자들을 향한 '진정성'에 크게 어긋나는 운영 마인드였다. 난 법인 높은 사람과의 갈등으로 8개월만 근무하고 기관을 떠날 수 밖에 없었지만, 아직도 잔잔하고도 아픈 여운이 남는다.

2. 섬기려는 마인드의 부족. '다스리며, 관리하려 한다.'
하나센터가 좀 더 북한이탈주민들을 섬기고 그들의 안전망이 되었다면, 북한이탈주민이 이렇게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수급자가 늘어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종종 그들에게 '우리 때문에 밥먹는거 아니냐.', '하나센터가 해주는 것이 무엇이냐.'하고 묻는다고 한다. 즉, 일하라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하나센터가 사업은 줄이고, 당장 사례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이 사례관리를 충실히 하여, 촘촘히 북한이탈주민을 전체적으로 돌보았다면, 더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3. 업무의 과중, 호봉인정의 문제. 그로 인해 사회복지계 인재가 몰리지 않음.
솔직히 하나센터의 업무는 다소간 과중한 것 같다. 하나센터에서 잠깐 근무를 하며,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고, 사례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매일 야근을 해도 부족할 것 같았다. 
또한 내가 있을 때 하나센터 사회복지사는 호봉이 15호봉 까지만 인정이 되었다. 사회복지 계통에서도 처우가 좀 더 부족하다.(참고로 보통 사회복지사들은 30호봉 정도까지 경력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안다.) 난 이것을 사명으로 일하라는건지, 젊은 사람만 쓴다는 건지, 예산이 부족한 건지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긴 했다. 아무리 사명자라도, 자신의 가정을 지킬 수 있어야 본 사명지로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였다. 이에 나는 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데, 어찌 북한이탈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 들긴 하였다.

4. 극과 극의 사례
북한이탈주민의 현장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단순한 대상자 틀 안에, 엄청 다양한 극과 극의 대상자가 있었다. '국회의원', '수급자', '기업 대표', '일용직노동자', '학자', '한글을 모르는 자', '정신질환자' 등등. 사회복지사는 여기서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약자 중심적으로 서비스가 가도록 해야겠단 생각을 한다는 마인드로 업무에 임했으나, 종종, 나보다 더 사회적으로 능력이 있는 것 같은 분들이 주거제도에 대해 물어보고, 법제도를 물어보고 하면, 많이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다.

5. 정신과 의사 수준의 상담 능력 스킬이 필요할 수도
내가 만나 본 북한이탈주민 분들은 취약계층이 아무래도 더 많았다. 다행히 그런분들 중에 정신과 의사에게 연계되어서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하거나 치료받는 분들도 있다. 가령 자살 기도를 하는 분들도 있고, 행방불명 됐는지 연락이 안되고 주거지 확인도 안되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고, 파산당하는 분들도 꽤본 것 같다. 그런분들을 다행히 발굴했더라도, 아직 이제 막 무르익는 사회복지사로서 전문상담사에게 연계하거나, 법률상담을 받게하는 등 정도 등의 제스처(종종 대형 NGO에 연계를 진행하는 등의 노력도 했지만)만 취할 수 있었던게 다소간 힘들었다.

제안
1. 당장은 사업이 중요하지 않다. 초기집중교육 외 사업을 멈추고 사례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2. 하나센터의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북한이탈주민에게 희망이 더 생길 것 같다. 그리고 늘어난 예산을 긴급복지지원 및 사례관리 예산으로 쓰고, 일부는 직원 처우개선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즉, 하나센터 사회복지사 및 전문상담사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4. 하나센터 연구 용역을 확보해 더욱 사례관리 및 사업을 더 체계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탈주민 실무편람을 보며, '북한이탈주민을 캐어하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훌륭한 통일자원이 될 사람들이다.'라는 식의 문구를 보았다. 나는 아직 그것이 실현되려면 10~2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간격을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탈주민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어찌 굶주리고 아픈 분들이 많을 수 있는 북한주민을 포용하겠는가. 전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꿈꾸고 바란다면, 당장, 북한이탈주민을 1선에서 케어하는 하나센터부터 개선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관련 기관, 정부부처가 더 큰 관심과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북한 지원에 돈을 쓰기보단, 하나센터에 예산을 쓴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